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특별기고

김시웅-무릎 꿇고 시작합니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1.07.28 20:12 수정 2021.07.28 08:20

특별기고-무릎 꿇고 시작합니다
 
↑↑ 김 시 웅 변산중학교 교장
ⓒ 부안서림신문 
아침 출근길 비는 추적거리고 시간 적으로 여유가 있길래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진 몇 장 찍고 직소폭포를 막 지났는데 어떤 분이 뒤에서 저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언뜻 눈에 띄는 것이 작은 배낭을 어깨에 짊어졌고 허리춤에는 검정 헝겊 가방 하나 오른손에는 집게 하나 들고서요. 저도 모르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 반갑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최근에 공무원으로 정년을 맞이하시고 시골이 좋아 초가 하나 장만하여 청림에 기거를 하신다고 합니다. 가끔 등산하시면서 길가에서 눈에 띄는 휴지를 줍는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뒤통수가 뜨악합디다. 좀 전에 플라스틱 빈 물병이 길 가운데 버려져 있었는데 주워 가지고 오다가 비는 내리고 손에 카메라는 들고 오는 길이 부담스러워 주었던 것을 슬그머니 길 가장자리에 놔두고 온 것이 마음을 편치 않게 하였습니다. 그분 허리춤 가방에는 몇 개의 플라스틱병과 비닐 조각이 보였는데 아마도 내가 버린 양심도 그 안 어딘가에 있었겠지요. 그때는 말씀 못 드렸지만 지금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나도 작은 집게 하나 장만하고 조그마한 가방 하나 준비하여 눈에 보이는 쓰레기와 내가 버린 양심을 줍기 시작해야겠습니다. 재백이 고개에 들어서서 사진 한 장 찍어드리며 통성명을 하였습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신다기에 작별인사를 하던 중에도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옆에 담배꽁초 서너 개를 더 줍더라고요. 이래서 아직도 세상 살만한 이유가 충분한가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지구는 우리가 주인이 아닙니다. 인간은 그저 잠시 거쳐 가는 나그네입니다. 사람은 체온이 2도만 더 상승하면 끙끙거립니다. 하물며 온난화로 인하여 이 거대한 지구의 평균온도가 0.1도만 더 상승해도 수많은 종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그로 인해서 생태계의 한쪽이 무너지게 되며 인간의 능력으로 제어하기 힘든 재앙이 닥칠 것이 너무나 뻔합니다. 지금 내 손에 주어지는 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큰 곳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작은 절약과 친환경을 위한 실천이 궁극적으로 나를 살리게 됩니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