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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 칼럼- 가을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0.09.09 15:47 수정 2020.09.09 03:47

조덕연 칼럼- 가을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부안서림신문 
파란하늘 맑은공기 지루했던 장마도 지나고, 땡볕의 무더위도 제9호 태풍 마이삭과 함께 걷히고나니 언제 더웠고 언제 장마였냐는 듯 선선한 가을이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거리두기를 실천하다보니 움직이기 금지령으로 방콕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답답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모두가 청정해질 터인데 그새를 못참고 잘난 체 선동하여 모든이의 발에 족쇄를 채우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잘난체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중세 유럽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때에는 병이나면 무조건 교회로 가서 하느님께 매달리는 방법외엔 몰랐기에 14세기(1347-1351) 흑사병 대유행으로 유럽에서만 전체인구의 3분의1 가량인 약 2500만명이 희생되고 말았다. 무지로 교회에 모두 모여 함께 걸리기를 반복했던 결과다. 그때는 오로지 기도하는 그 길이 바른길이었음을 믿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모두가 모여 함께 죽기를 원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잘못을 심판할 수 있는 단두대가 없음을 노려 사악한 행위를 선동하는 그들을 일깨우는 좋은방법을 찾아 이 가을이 가기전 코로나 펜데믹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콕이 지루하여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거리두기를 머릿속에 담고 아내와 함께 마실길 탐방에 오른다. 제2코스인 노루목 상사화길 6킬로 코스다. 주말이라서 교통이 혼잡하다. 가는 길마다 차량이 밀리고 텐트촌 곳곳이 텐트와 캠핑카로 빽빽하다. 주말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청정 지역이기에 전국에서 모인 듯싶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낚시도하고 놀이도 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상사화 길 활짝 핀 꽃무릇을 보며 바다와 산 그리고 섬들이 간직한 풍치를 여유롭게 즐기며 방콕의 답답함을 풀어간다. 상사화(相思花)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꽃이다. 흔히 꽃무릇이라 부르는게 우리에게 익숙하다. 꽃이 필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무렵이면 꽃은 이미 떨어져 있으므로 서로가 만날 수 없는 운명이기에 만남을 이룰수 없으며 더욱이 열매를 맺지 못하므로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여러해살이 식물중에는 상사화처럼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식물도 있지만 열매와 꽃이 함께 만나는 식물도 있다. 녹차나무는 전년도에 피는 꽃이 열매가 될 즈음에 다음 꽃이피어 꽃과 열매가 서로 만나는 식물이라서 이름하여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다. 녹차는 하이얗고 깨끗한 꽃잎속에 들어있는 노오란 수술이 꽉차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친밀한 가족들이 모여있느듯 소박하고 품위있는 꽃이다. 꽃말은 추억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꽃과 열매가 만나는 녹차 나무나 처음부터 만날 수 없는 상사화나 그저 그들이 타고난 습성일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하거나 만남을 이루려는 의지나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추억도 만들고 이별도 상상하고 거기다 그리움까지 불어넣으니 이야기가 되고 그이야기가 생활에 활력을 주며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 꺼리가 되니 우리에겐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 그리워하자.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 아파해도 깊이 앓지는 말자. 그리고 좋은 추억만들고 그 추억 즐기며 항상 여유를 가지는 지혜를 익히자. 이 가을 모두가 넓은가슴 활짝펴고 긴숨 내쉬며 아름다운 꿈 이루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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