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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3일간의 동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8.10.25 20:22 수정 2018.10.25 08:18

조덕연칼럼-3일간의 동거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부안서림신문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누구나 생명을 보전하고 자유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창조주가 인류에게 부여해준 권한이다. 그러나 잘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람,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사람, 이는 분명 창조자의 오류로 밖에 달리 해석 할 수가 없다. 5인실 병원이다. 함께하는 사람 모두는 금방 친근해 진다. 앞 침상을 쓰고 있는 젊은 환자,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다. 토하고 소리지르고 하지만 모두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그를 돕는다. 등도 두드려 주고 간호사를 불러 처치도 해주고 토해낸 노폐물을 닦아내고 불편한 환자복을 입지 않겠다고 검정반바지차림으로 나딩구는 그의 옷을 벗겨 빨아 주고, 처음에는 모두 짜증스러웠으나 그의 몸상태를 지켜보고 모두가 느끼며 행한 일들이다. 의사가 온다. 담석이 너무 커서 큰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소문 끝에 그의 보호자인 동생과 연결된다. 서울에서 바쁘게 살다보니 형의 곁을 지킬수 없다. 그의 원에 의해 모든 수속을 밟아 내차에 태우고 정읍이 있는 아산병원에 간다. 진료 맡은 의사는 더 큰 병원으로 가라며 검사의뢰서를 써준다. 그의 동생과 연락해서 서울의 큰병원에 일정을 잡는다. 그의 침상엔 52세라 적혀 있다. 서울로 가는 일정에 따라 3일간 그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서울에 있는 누나가 전화온다. 횡설수설한 그의 말을 정리 해 주고자 전화를 가로채서 설명해준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는 그녀의 의심가는 부분에 이해가도록 나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는 한때 결혼도 했고 아들까지 낳았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 하지만 그 여인 또한 자신의 길을 찾아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그의 가족인 누나와 동생의 성난 원한을 뒤로하고 그래도 가끔은 자식 데리고 와서 아빠와 인사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그것이 옳고 그름조차 모른다. 자식과 함께 오면 맛있는 것도 사먹이고 용돈도 주라고 이르니 누나와 동생이 절대 못하게 한다 말한다. 참 천진하기도 하다. 그래도 네 자식이니 그렇게 하라 이르니 “만원 줄께요” 가 그의 답이다. 평상시 식사는 어떻게 하느냐 물으니 “라면 끓여 먹어요.” 집에서 밑반찬 해놓고 밥을 지어 먹으라니 “할줄 모른다. 밥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되지 귀찮게 왜 하느냐”는 그의 말에 할말을 잃고 만다. 누나가 전화가 온다. 볼륨이 큰 전화라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린다. “밥 잘 챙겨먹고 서울로 와서 보자. 옆에 있는 아저씨 말 듣지 말고 조심하라” 한다. 온방안의 사람들이 조용해진다. 나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전화가 끝나자 이사람 “아저씨 아저씨? 누나가 아저씨 말 듣지 마래요” 모두가 웃고 만다. 철없는 동생 두니 누나로서는 당연히 할 소리지만 괜히 서운해 지려한다. 깨끗이 목욕시켜 치약과 칫솔을 사주며 이 닦는 방법을 손바닥에 볼펜으로 적어준다. “음식 먹고난 후 반드시 이 닦을 것” 동서울행 차표한장 사서 그를 차에 태운 후 출발 하기전 그의 동생에게 연락 해 준다. 왠지 가슴이 답답함이 몰려온다. 창조신이 있다면 그를 원망하고 싶다. 어차피 태어나게 했다면 함께 경쟁하며 노력하고 살도록 할 것이지 그것조차 못하고 멍청하게 평생을 타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게 하고 있으니……. 원망할 것 없다. 어찌 하다 보니 모자란 놈도 있고 잘난놈도 있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 하나 더욱 답답하다. 그래도 그는 그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휴게소에서 차바꿔타지 말고 잘 타라 이르니 “차에서 내려 차뒷편으로 가서 타이어에 오줌을 누고 바로 차를 타면 된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다. 그로서는 최고의 현명한 처사 일 듯싶다. 아무렴 빨리 쾌유해서 나름 웃음 지으며 살았으면 한다. 태풍솔릭이 지나간 자리 시원스레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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