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수기고-2등이 아름다운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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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부안일보 |
에잇~!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몇 년 전 인기를 끌던 어느 개그맨이 술주정뱅이 흉내를 내며 부르짖던 철지난 유행어이다.
선거만큼 일등만을 기억하는 시험이 또 어디 있을까.
물론 지방 선거에서 2~3명씩 선출되는 지역구의 군의원은 예외일수 있지만 단 한 표의 차이로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당선인과 낙선인의 신분으로 극명하게 신분이 나뉘고 당선자에게는 선거에 든 비용까지 모두 보전해주며 일정한 득표를 하지 못한 낙선자는 단돈 10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냉혹한 세계가 선거의 세계이다.
생각해보면 선거만큼 공평한 세계도 드물다.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극빈자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막강한 권력자도, 돈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부자마저도 모두 동일하게 한 표 만이 주어지고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 향후 몇 년 우리의 미래를 맡아줄 동량을 선출하는 것, 그 얼마나 멋지고 깔끔한 제도인가.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렇듯 기막히게 멋진 축제가 어째서인지 이번 선거에서는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도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본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 당내경선에서 이미 당락이 결정되는 듯 헐뜯고 비방하는 분쟁과 고소, 고발이 끊이질 않고 이전투구의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선거 때마다 이런 모습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더욱 심화되고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내경선에서 패한 후보들 누구하나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과 부정을 부르짖는다.
나는 그들이 손잡는 것을 보고 싶다. 치열하게 1등을 하고자 노력한 후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2등이 후련하게 뒤끝 없이 당선자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악수를 나누고 당선자는 낙선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훌륭한 경쟁자였음을 인정하는 흐뭇한 광경을 보고 싶다.
<당서(唐書)>배도전을 보면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나온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서 일상적인 일이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일등만이 기억되고 모든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선거이지만 승리에 실패한 낙선자가 패배의 원통한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더 멀리뛰기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결과보다 과정의 깨끗함으로 모든 이에게 박수 받는 그런 선거를 보고 싶다.
상대의 치부를 물어뜯고 까발리는 네거티브보다는 상대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속에서 나 자신의 위상도 함께 올라가는 포지티브의 선거를 보고 싶다.
이제 제7회 동시지방선거의 여정도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당내경선을 통한 후보들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또다시 진검승부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노련한 현직과 패기의 정치신인들이 경합하는 지역도 있고, 낙선의 고배 후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낸 후보들이 갈고닦은 칼을 뽑아든 선거도 있다.
모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예측도 분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하얗게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싸우고 승부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운 선거를 보고 싶다.
이해타산과 당리당략, 권모술수가 전혀 깃들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맞서 경쟁하는, 그래서 2등에게도 후회와 미련이 없는 아름다운 모습.
선거가 끝나고 서로의 손을 함께 들어줄 수 있는 그러한 모습이 간절히 보고 싶다.
<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