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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그집 앞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3.09.12 13:09 수정 2013.09.12 01:09

 
↑↑ 조 덕 연 서림신문 놀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한소년이 어느 집앞에 서성이고 있다. "웬일일까? 무슨일이 있어 그 소녀는 보이지 않는 걸까?" 소년은 중학교 2학년. 학교 가면서도 머뭇거리더니 하굣길에도 왔다 갔다 주위를 맴돌며 누군가를 찾고있다. 소년이 그 집앞을 서성이던것이 벌써 사흘째다. 그렇다고 대문을 두드려 물어 볼만한 용기는 없는 소년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전쯤 일이다. 소년이 학교가는 길목에서 한 소녀의 모습을 본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의 하얀 카라가 눈이 부신다. 그때부터 소년은 시간 맞추어 그 양철집을 지날때마다 머뭇거리다 그소녀를 따르기를 며칠, 어느날 그 여학생이 등뒤에서 말을 걸어온다. “지금가니? 같이가자” 소년은 그만 우두커니 전신이 멈춰 버리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한마디 말대꾸도 못한채 서버리고 만다. 머리가 쭈삣서고 움직일수 없는 감정으로……. 그날이후 소년과 소녀는 시간맞추어 한적한 학교길을 오고 간다. 비가오는 날에는 우산을 함께 바치고, 더운 날에는 나무그늘 아래 앉아 얘기도 나누며 책가방을 들어 주기도하고, 너무도 흐뭇한 나날이었기에 학교가는 것도 즐거웠고 공부하는 것도, 집에가서 부모님 심부름 하는것 까지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리도 다정했던 소녀가 소식도 없이 3일째 보이지 않으니 소년은 좌불안석이다.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사고는 아닌지?' 온 마음이 소녀를 걱정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때 이후로도 근 반년 동안 함께 등교하던 소년과 소녀는 학교를 졸업 하면서 갈길을 달리한 후 50년이 흐른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시간, 열중 하지 못하고 막연히 책장을 넘기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그 소녀의 환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그 환한 미소로 보아 다정한 낭군 만나 평화로운 가정 이루었을 것이다. 그 청초하고 단아했던 자태로 미루어 곱게 늙었을 것이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딸자식 잘키워 할머니 노릇 또한 인자할 것이다. 갑자기 보고 싶은 생각이 밀려든다. 만난다 해도 반백년의 세월의 변화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동안 여러번 스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밤만은 그때 그 추억을 가슴에 담고 싶다는 생각은 늙지도 않은 나이의 망령은 아닌지 자신에게 물어보며 그만 웃고만다. 그 무렵 자주 불러졌던 이은상 선생이 쓰고 현재명이 선생이 곡을 붙인 '그집앞'이 생각나서 작은 소리로 되뇌어 본다. -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 가을이 온다. 이 가을에 풍요로운 마음으로 실컷 사랑을 나누며 살고싶다. 마음은 풍족해지고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 비록 백골이 되어 가을 들녘에 버려진 표주박이 될 지언정 잠깐 머무는 이승에서 즐겁게-(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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