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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지역 겉보리 생산농가들이 손해 볼 게 뻔한데도 불구하고 대기업과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농산물 계약재배 농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부안농협(조합장 김원철)은 보리가공제품을 생산하는 동서식품에 올해산 겉보리를 40㎏들이 한포대당 3만1,000원에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겉보리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가격이 4만2,000~4만7,000원에 거래되는 초강세를 보이자 계약재배 농가들이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안농협은 즉각 농가들을 소집,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계약재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을 이행해 줄 것을 설득에 들어갔다. 농협은 산지시세보다 1만1,000원이나 싼 값에 과연 농가들이 계약을 이행할까 우려했지만 상당수 농가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수매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수매량이 많아야 200t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수매결과는 지역 겉보리 총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1,000t에 달했다. 계약이행에 따른 농가당 손해액은 평균 200만~300만원에 달했고, 생산량이 많은 농가는 손해액이 1,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백산면 죽림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종봉씨(61)는 “보리농사를 1~2년 지을 것도 아닌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 대규모 물량을 취급하는 대기업에서 어떻게 농가를 믿고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연히 지켜야 할 약속을 지켰을 뿐이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며 겸손해했다. 당초 계약가격을 고수하던 동서식품도 결국 수매과정에서 4만2,000원으로 수매가격을 상향조정했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평균 가격인 2만7,000원보다 4,000원 높게 계약을 체결했던 동서식품 입장에서 수매가격 추가조정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옥주 농협중앙회 양곡사업부 팀장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당초 계약가격보다 가격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동서식품이 수매가격을 올린 것은 물량 확보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계약을 충실히 이행해 준 농가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일부 가미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원철 조합장은 “농산물 계약재배 농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농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