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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 아
부안여고 1년 |
ⓒ 디지털 부안일보 |
지난 9월 4일,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부안여고 답사부 ‘얼아로미’는 부안의 자랑 매창공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갔다. 공원에 도착하여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매창 바로알기’ 활동이었다. 내 고장의 빛나는 인물인데도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점에 대한 반성의 의미였다.
너른 정자에 둘러앉아 우리는 매창의 삶과 사랑을 공부했다. 본명은 향금. 부안현 아전 이탕정의 서녀로 태어나 그녀가 겪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인 허균이나 이귀 등과 깊게 교유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녀의 예술성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천민 유희경과의 애틋한 사랑은 아예 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학습을 마치고 우리는 매창뜸의 무덤 앞에 섰다. 그녀와 평생을 동고동락한 거문고가 저 무덤 안에 함께 묻혔다고 하니 외로움은 조금 덜 하리라. 문득 무덤 속으로부터 거문고의 선율이 울려나는 듯 했다.
우리 매창 바로알기 활동은 ‘매창사랑 작은 문학제’로 이어졌다. 시비에 적혀있는 매창의 주옥같은 시들을 하나씩 소리 내어 읽고 적어가니 매창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매창의 대표시인 ‘이화우’는 여러 번 읽어 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화우’보다 더 감명 깊게 와 닿은 시가 있었다. 그 시는 바로 ‘취하신 님께’라는 시였다.
취하신 손님이 / 명주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 손길 따라 명주저고리 / 소리를 내며 찢어졌군요 /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 아까울게 없지만 / 임이 주신 은정까지도 / 찢어졌을까 그게 두려워요.
처음에 이 시를 읽었을 때에는 그냥 기생 생활을 적은 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시한번 읽어보니 이 시에 담겨진 상황과 그때 매창의 마음을 절실히 알 수 있었다. 신분이 기생이니 어쩔 수없이 자기가 사랑하는 임이 아닌 다른 사람 곁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임이 선물해준 저고리를 찢었다.
아뿔사, 찢어진 저고리쯤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임이 주신 저고리에 담긴 임의 마음까지 찢어져버렸을까 그게 두렵다는 그런 마음이랄까? 아무리 신분이 기생이라고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임을 향한 그 마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었고, 또 한번 먹은 마음을 그렇게 변함없이 간직하며 살던 매창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매창의 여러 시들을 읽은 후 우린 ‘깨끗한 매창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초가을이라고는 하나 아직 햇볕은 한여름인 날의 오후에 펼치는 봉사활동이라 무척 덥고 힘들었지만, 매창의 혼이 담긴 시비와 그녀의 묘가 있는 이곳에 단 하나의 쓰레기도 존재해선 안 되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다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쓰레기를 주웠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난 왠지 모를 뿌듯함에 빠져있었다. 오늘, 매창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매창의 시를 낭송하며, 매창을 위해 봉사활동을 펴니 그녀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매창을 더 마음에 담고 아끼리라 다짐했다. 매창이 있기에 우리 부안은 한층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