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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아내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0.02.04 20:17 수정 2010.02.04 08:26

 
↑↑ 조 덕 연 서림신문 객원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아침부터 아내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아침 운동 후 조용하게 집안일을 정리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내주변을 움직이고 있을 아내가 지금 하는 행동으로 봐서 심기가 불편한게 분명하다. 문을 여닫는 소리, 그릇을 씻어 놓는 소리,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 빠르게 허둥대는 행동이 사뭇 달라짐으로 미루어 그렇게 느껴진다. 나는 안다. 아내의 심기가 편치못한 원인을, 어젯밤 뒤늦게야 이번 달 생활비를 아내가 쓰고있는 통장에 넣어주며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늦은 밤이라서 아내는 그 내용을 그 때는 확인 못하고 아침 운동가서 문자를 확인 한 것이다. 며칠 전 일이다. 친구가 나에게 보내야할 돈을 내 아내가 생활비 로 활용하는 통장에 입금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 돈을 이번 달 생활비에서 상계하기로 이미 약속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나와는 계산법이 다른 아내는 당연한 일을 못마땅하게 받아들여 아침을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집 통장 관리는 아내의 몫 이었다. 퇴직을 하고나니 아내는 “노는 사람이 통장에 상시 돈이 있어야 한다”며 굳이 마다하는 나에게 재산관리 전권을 맡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러나 아내의 계산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내것은 당연히 내것이고 남편것 또한 내것이 되어야 한다는 요상한 계산법이다. 그걸 따져 물으면 “부부가 뭐요. 부부사이는 계산하지 않는 것”이라며 설레발치면서도 당신이 따질때는 방법이 다르다. 남자가 치사하게 그리하면 안된다는게 아내가 나에게 활용되는 계산법이다. 아내는 ‘안’과 ‘해’가 결합된 낱말이다. ‘집안 의 해’ 라는 뜻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안해’로 표기 하며 우리는 ‘아내’로 표기하나 그 발음은 똑같다. 아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가정은 편안하다. 아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정은 언제나 따뜻하다. 부모님도 따스함을 느끼고 부부간도 아기자기 하며 자식 또한 그를 본받으니 모두가 따뜻하고 편안해서 좋다. 이것이 우리나라 가정의 풍속도 이다. 넓은 아파트에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있어도 아내의 이해와 아량이 부족하다면 그 집안에서는 항상 냉기를 느끼고, 긴긴세월 물려준 유산 탓하는 아내는 평생이 행복하지만은 않을것이다. 평생 궂은일 하고 살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는 가정은 항상 밝아보여서 좋다. 그래서 아내를 집안의 ‘해’라 했나보다. ‘남편은 두레박 아내는 항아리’라는 우리속담이 생각난다. 아내에게 통장이 있는 집안은 항상 축적된 재산이있고 남편이 관리하는 통장은 항상 비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회풍습을 적절하게 표현한 명담인 듯싶다. 하지만 남편은 항아리 뚜껑을 열지않는 아내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사는 사회로 탈바꿈 된지 이미 오래다. 아내들의 삶 또한 달라지고 있다. 헌신적 이고 온순하기만 하던 아내가 이성적 이고 알뜰한 아내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니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평할수도 없다. 다만 일에는 그 순서와 과정이 있으니 너무 앞서가다가 낭패보지 말라는 주문은 할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가정은 좋은 사회의 근간이 된다. 좋은 가정의 주역을 아내에게만 강요한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앞만보고 살아온 인생이 상처로 남지않고 알콩달콩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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