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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가을길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9.10.17 12:26 수정 2009.10.17 12:28

 
↑↑ 조 덕 연 서림신문객원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가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으로 부터 밤의 길이가 가장긴 동지까지의 기간을 정의한다. 가을하면 먼저 떠오름이 결실의 풍요와 축제다. 생활하기 좋은 선선한 날씨에 먹거리가 풍성하니 일상에서 근심걱정 덜하여 편안한 계절이다. 동이트는 새벽 가을길을 나선다. 언덕길을 넘어서니 유난하게도 찬란히 빛을 발하는 햇살이 새벽 공기와 함께 몸 안으로 들어와 상쾌함이 극치를 이룬다. 페달을 힘차게 밟아 신선한 아침 내음을 만끽하며 가을길을 달린다. 확트인 들녘에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논둑길에 이르니 참새들이 반긴다. 20여 마리씩 무리를 지은 참새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며 즐거워 하니 아침길은 혼자이어도 외롭지 않다. 조잘대는 모습이 몹시도 흥에겨운 모양이다. 일찍부터 등이 터져라 익어가는 알곡을 뱃속에 가득 챙겼으니 길손과 함께 하는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모양 이다. 논둑에는 콩들이 자루에 알콩을 가득 채운 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수수들은 수줍은 듯 고개숙여 병풍을 친듯 줄지어 반기고 양옆 길가에 촘촘히 서있는 들깨는 열매가 쭝긋 쭝긋 익어가며 향기로 유혹하고 있다. 냇가에서는 밤이슬을 피하기 위한 우산들이 줄지어 세워져있고 그 안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싯줄을 들이우고 있다. 밤을 지새운 모양이다. 농사일 마치고 수확기를 기다리며 한가한 취미생활을 하고있는 모습이 여유로워서 좋아 보인다. 저들이 밤을 지새운 덕에 점심식탁에는 호박넣고 지진 붕어국이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게 될 것이다. 멀리서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산책 하는 모습이 활기있게 보인다. 저들은 아침운동으로 건강함을 과시하며 살아갈 것이고 그 생활이 건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기반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억새가 힘있게 고개를 내밀어 위상을 과시하고 빗자루만한 갈대꽃은 웅장한 자태로 억새를 위압하고 있다. 산등성이에는 알밤이 입을 벌려 가을풍치를 돋구고 마을어귀 담장에는 수세미가 주렁주렁 연약한 줄기로 그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힘겨운 모습이다. 담장옆에 강아지는 낯선 자전거 뒤에대고 짖어대고 대추나무에는 대추가 빨강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호젓한 똘둑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아낙네의 호미질하는 손길이 바쁘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생각하며 지나치는데 아낙네는 갑자기 허공에 대고 큰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어 댄다. 멀어질 때까지 끊기지않고 질러대는 욕설의 내용을 요약하니 열심히 지어놓은 일년 농사를 어제 누가 몽땅 훔쳐간 모양이다. 화를 삭이지 못하고 벼르고있는 터에 생전 보지못한 낯모르는 사람이 검정모자 눌러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했으니 하얀 마스크만 더한다면 TV에서 본 범인의 인상과 동일하다 느껴 범인으로 단정하고 퍼붓는 한풀이인 듯싶다. 그 누가 욕심없이 열심히 일만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저 힘없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가을길은 언제 달려도 상쾌하다. 작은 공원에서 매일 함께하는 이들과 덕담 나누며 몸을 풀고 집으로 오는 길은 등짝에 햇살이 따스해서 좋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향기로운 가을길 벌 나비의 일하는 모습을 느끼며 오늘도 하루를 희망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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