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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석 기
부안서림신문대표 |
ⓒ 디지털 부안일보 |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는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고 있다.
지금도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직도 분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한번뿐인 귀중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심정이야 오죽 하겠는가 마는 노 전 대통령이야말로 지구보다 더 큰 무게의 짐을 혼자 떠않고 홀연히 생을 마감하지 않았나싶다.
연일 계속되는 뉴스특보와 온통 노 전 대통령의 생전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도배가 된 인터넷 사이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식질 않는것은 필자뿐만이 아닐게다.
이 안타까움은 노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더 많은 소중함을 남겨주고 떠날 수 있음에도 이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일찍이 생을 마감했기 때문 일게다.
눈을 감지 못하고 떠난 이들을 보면 대부분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난 이들에게서 쉽게 볼수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가장 행복한 삶의 끝은 ‘마무리’를 잘하고 눈을 감고 떠나는 것 아니겠는가.
할 일 다 하고 자식 성장 시키고, 받을 것 받고, 줄 것 다주고 편안히 눈감고 생을 마감하는 것 인간의 마지막 행복이리라.
그럼인지 수많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엄청난 무게의 짐을 실어놓은 노 전 대통령의 14줄의 마지막 글은 우리를 너무 아프게 한다.
그냥 혼자서 지구보다 무거운 짐을 안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떠나겠다는 심사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더 안타까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2~3년 전, 60대 후반의 핼쑥한 모습의 노인 한분이 서림신문사를 물어물어 찾아왔다.
방문 이유인즉, 그동안 밀린 10년치의 구독료를 납부하기 위해서란다.
10년치의 밀린 구독료를 일시불로 납부하고 영수증을 받아든 이 노인은 이렇다 할 말없이 10여분간 창밖을 바라만 보고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얼굴로 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을 붙인 필자에게 이 노인은 10년치의 구독료를 가지고 온 사연을 털어 놓았다.
이 노인은 2년전 암 선고를 받았단다. 그동안 열심히 투병생활을 해오면서 인생의 마무리를 해 왔단다.
그러던 중 자식들로부터 “일주일 후에 서울의 큰 병원에 수술 날짜를 잡아놨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자식들 이야기로는 수술 후 6개월 정도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살아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받을 건 못 받더라도 줄 것은 주어야 한다”며 작은 것 하나까지 챙겨 마무리 했는데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림신문의 구독료가 밀려 있더란다.
이 노인은 자기 생에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위해 서림신문사를 찾아 온 것이다. 모든 일을 마무리 한듯 편안해 보이는 이 노인은 “이제 집에 없으니 신문을 보내지 말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인이 신문사를 나선 뒤 필자는 아마도 10개비의 담배를 멍하니 피워 물었을 게다.
수소문 끝에 서울의 병실을 알아낸 필자는 병실로 신문을 보내 드렸으나 6개월이 지난 후에 ‘사망’이라는 집배원의 글씨가 쓰인 신문이 반송되어왔다.
생의 마감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기 쉬운 신문 구독료까지 챙겨 마무리하고 떠날 여유가 있었던 이 노인은 참으로 행복한 노인이었다.
오늘 이 노인이 생각난다.
아직도 마무리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을 터인데도 부엉바위 아래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