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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 백호 임제가 그리워진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9.03.17 19:58 수정 2009.03.17 07:59

 
↑↑ 송성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우수가 지나니 바람이 부드럽고 햇살은 포근하다. 이 땅에도 봄은 찾아오고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 오고 있지만 춥고 어두운 겨울의 추위가 가슴에 얼어붙은 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들 고달픈 삶이 언제는 넉넉하고 풍족했으랴마는 짓누르는 생활의 무게가 힘겹기만 하다.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것은 곤궁함이라 한다. 한 세상을 허덕이다 보면 어느새 생의 저녁에서 회한만 가슴을 들끓게 한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던 벅찬 분노도, 열정으로 불태웠던 젊은날의 모든 것들도, 완강한 벽 앞에서 허물어저버린 이제는 낯설게 찌들어진 자화상이다. 나는 차라리 한마리 하이에나도 되지 못했다. 세계적 경제 침체가 우리를 덮치고 불황의 모진 바람 앞에 알몸으로 서있다. 가난한 자들의 통곡이 한겨울 한파보다 더 차갑고 시리다. 가진 자들이야 이런 세상에도 더 대우받고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이땅의 현실이다. 물가는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임금동결에 삭감에 실직에 실업에 파산에 죽지 못해 사는 세상이 되었다. 하기야 이 땅에 가난한 백성들이 언제 시절 좋은 때가 있었던가. 정치를 입에 담기에는 신물이 나고 구역질이 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측은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호언장담이니 긴장과 불안의 그림자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선군정치를 표방한 그들의 방자한 행동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걸핏하면 불바다를 운운하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엄포와 호전성에 주눅이 들 우리도 아니지만 그들은 민족공존 같은 문제는 아예 염두에도 없는 것이며 우리 경제의 악재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보수나 진보, 좌편향이나 우편향을 떠나서 외교적 노력이나 남북대화 재개도 필요하지만 철없는 아이처럼 때를 쓰고 막돼먹은 소리나 지껄이는 그들이 한심스럽다. 어르고 달래고 이제 업어까지 달란 말인가. 애초부터 버릇을 잘못들인 우리가 잘못이다. 가고오고 주고받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이거늘 미운 놈도 웬만해야 떡 하나 더 주는 것이다. 그들의 속셈이야 우리를 압박하고 미국만을 상대하겠다는 얄팍한 술수가 유리알을 보듯 뻔하다. 힘의 논리는 국가나 개인의 생활사나 다를 바가 없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힘없는 처지도 안타깝고 한스럽다. 이 땅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가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창가에 빗방울 흩뿌리는 소리가 들리니 봄을 재촉하는가. 잠못 이루는 밤 나는 백호 임제 그가 그리워진다. 그는 “북적과 서융이 중국을 지배한 적이 있지만 동이만이 엄두도 못냈음을 못내 서러워 한다”고 통탄하였는데 임종을 맞이하여 “사해제국에  황제 소리 못해본 데가 없는데 유독 우리만 종국에 그 소리한번 못해보니 이런 누방에 태어나서 죽은들 무엇이 아깝다는 것이냐. 아예 울지를 마라”고 유족들에게 말했다 한다. 나라의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울분을 고독한 몸부림으로 시대의 아픔을 겪고 간 그의 한탄이 가슴을 울린다. 사람은 가고 역사는 남는것. 이 땅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그 뜻 그 마음 이였다면 우리의 역사가 달라졌을까. 나는 당신의 외로운 넋을 위해 이 밤을 밝혀 조문하련다. 봄은 제 몸을 적시고 지난겨울에 죽어갔던 것들의 무덤위에도 파아란 싹이 돋아 날께다. 치국을 말하는 사람들이여. 이 땅의 모든 것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고 이 땅의 가난이 가슴 저리도록 마음 아프다면 한번쯤 밤 세워 고뇌하는 날이 있었던가. 이 땅 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베게삼아 이 한밤을 편히 쉬지 못한체 허망한 꿈길에 선잠이 깨이면 싸늘한 냉기에 이불깃을 추스리며 곤혹스러운 한숨이 절망의 한탄이 객혈로 묻어 나오고 있다. 우리 가난한 사람들아 밝는 날 한 끼니의 노동을 위해 폐허의 땅에서 죽엄처럼 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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