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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 디지털 부안일보 |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마다, 학급마다 얼굴 익히기 등 새로운 시작으로,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분주한 모습이다.
상급학교에 진학했거나 한 학년을 올라갔거나, 새로운 학급 편성 등으로 담임교사가 바뀌고 친구도 바뀐 학생들은 당분간 하나 되기 위한 연습이 상당히 필요 할게다.
이같은 분주함은 학부모들도 매 마찬가지다.
신학기 들어 학교에서 학생들 손에 쥐어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각종 통지문이 많게는 한 학생당 대 여섯 장씩에 이르다 보니 두세 명의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를 읽고, 설문형 회신문의 경우 이를 적어 보내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의 학업은 물론 학교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문항마다 대충대충 쓸 수가 없고 정성들여 빠트리지 않고 써야 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가정환경조사서’ 또는 ‘자기소개서’ 등의 제목으로 학생 편에 배달된 설문형 통지문은 구체적인 가족사항은 물론 학생의 병력과 습관 특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다, 방과 외 수업 참여 여부를 묻는 통지문까지 한 움큼이다. 학부모들로 하여금 신학기임을 실감케 하고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설문형 통지문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털어놓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물론 설문형 통지문이 학교에서 학생지도에 필요한 사항들이겠지만 너무 일방적 통지라는 게 일부 학부모들의 반감을 사고있는 모양이다.
어떤 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학력과 직업은 물론 생활수준, 주민등록번호까지 게재하도록 되어있기도 하다는 것.
이에 따라 학부모의 학력과 직업, 생활수준이 자칫 “학생들의 우대 순위를 먹이게 되는것 아니냐”는 염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력서에서 조차 자취를 감춘 개인생활정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주민등록번호까지 게재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학부모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은 어느 통지문을 살펴보아도 자녀와 1년 동안 함께 생활할 담임교사의 소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신상을 파악하는 만큼,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나이와 출신학교, 교사 경력, 간염 또는 질병 등 병력사항, 흡연 음주정도, 성격, 거주지역 등이 기록된 “담임교사의 자세한 소개서가 학부모에게 전달되어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분 억지소리가 아닌것은 아니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아닌듯 싶은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하물며 전자제품도 양방향 서비스를 하는 마당에 인간끼리의 일방적인 정보서비스는 아직도 우리가 구태의연한 고압적 자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학자 학부모가 많았던 만큼 ‘선생님’이라면 학부모들이 그 앞에서 오금을 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세상이 달라져 학부모들이 보는 교사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형제, 친구, 선후배 사이에서 교사 한사람 두고있지 않은 학부모가 없는데다, 일부 교사들의 모범적이지 못한 언행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많은 점수를 얻고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식을 맡겨놓은 죄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십년간 관례화된 교육행정은 바뀌지 않고 아직도 50~60년대 교육행정에서 비롯되어 이어져 오고있는 일방적 통지문이 일부 학부모들을 분노케 하고있는 모양이다.
밤 늦은시간 자녀가 가져온 설문형 ‘000조사서’를 쓰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다는 한 학부모는 “이제 겨우 4학년인 딸자식이 부모의 직업란에 ‘어업’ 이라고 쓰지 말것을 주문한다”며 씁쓸한 심정을 장시간 털어 놓더니 “00학교 교사 환경조사서를 만들어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