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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종
하서면 장신리 불등 |
ⓒ 디지털 부안일보 |
“오랜만에 나들이 준비에 들뜨고 부푼 마음을 안고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한참을 달렸을까, 시골마을의 조용한 곳을 지나다 보니 마을 모정이 눈에 띄어 잠시 짐을 풀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시골 마을의 모정은 알루미늄 또는 스텐샤시 문으로 싸여져 있었으며 열쇠마저 채워져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모정 옆 땅 바닥에서 음식을 먹어야 했다.”
사나워진 시골인심을 엿보는 듯한 도시에 사는 어느 평범한 주민의 말 중에서 따온 글이다.
‘모정’, 더위를 피하여 농촌일의 피곤함을 잠시 달래며 쉬어 가는 곳! 정담이 이루어지며 남녀노소 그곳에서 길게 늘이어진 각목을 베개 삼아 오수를 즐기던 곳! 콘크리트 벽속에 파 묻혀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유일한 휴식처! 길 가던 나그네들 누구나 쉬어 가는 곳! 비와 눈보라, 밤이슬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던 시골의 모정들이 은은한 나무 냄새 대신 알루미늄 새시 냄새로 변하고 있다.
우리 모정은 우리만의 휴식처라는 듯 자물쇠를 굳게 잠그고, 길가는 행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어느덧 우리 시골의 인심은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마을 모정마저 허락을 받고 열쇠를 풀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 속에 풍요로운 시골민심이 삭막해져가고 있다.
물론, 내 지역의 시설물을 오래 보존하고픈 지역유지들의 바람으로 기관에서는 막대한 사업비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방충망으로 가리어진 모정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논의하며 어떤 인심을 베풀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 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직 원형 그대로의 모정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냥 그 모습으로 보존함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모정은 만인의 휴식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낮에는 이웃끼리 덕담을 나누며 땀을 식히는 공간으로……. 밤에는 산 노루 산 토끼, 들 고양이가 밤이슬을 피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마저 알루미늄 스텐샤시로 막아버린다면 모정의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 든다.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낸다는 ‘온고지신’의 본연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선인들의 ‘모정’의 뜻을 그대로 계승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