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홈 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최진규칼럼-예산의 계절, 부안의 미래를 담다

이석기 기자 입력 2026.10.12 14:28 수정 2026.10.16 14:30

최진규 / 서림신문 논설위원
최진규 / 서림신문 논설위원
돈은 얼마나 쓰느냐보다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중요하다. 가을이 깊어지면 지방자치단체에는 또 하나의 계절이 찾아온다. 바로 예산의 계절이다. 각 부서는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고, 군의회는 예산안을 심의하며, 지역사회는 저마다 필요한 사업과 지원을 요구한다. 한 해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이 시기는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시간이 아니다. 우리 지역이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유출, 지역경제의 침체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한 부안군에 예산 편성은 그래서 더욱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한정된 재원으로 군민의 삶을 지키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부안군의 예산은 관행적으로 이어 온 사업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산 편성의 기준을 관행이 아닌 성과에 두어야 하며 해마다 편성해 온 사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음 해에도 같은 규모로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민간단체 보조금과 행사성 예산에 대한 합리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지자체장은 선출직인 관계로 인하여 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 지자체장은 이제 그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만큼 보다 냉철하게 예산을 수립하여야 한다. 민간단체 지원은 지역의 공익활동과 공동체 유지에 기여할 수 있고, 축제와 행사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예산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지원의 목적이 분명한지, 지원 이후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지에 있다. 오랜 기간 지원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이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이와함께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투자에 재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부안의 미래는 단순히 도로와 시설을 얼마나 더 건설하느냐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어르신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돌봄 체계, 지역 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군의회의 예산심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단순히 증액하거나 삭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의 필요성, 재원 조달의 타당성, 중복 투자 여부, 장기적인 재정부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예산의 투명성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그 신뢰는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적 동력이 된다. 예산의 계절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나 많은 사업을 추진했느냐가 아니라, 그 사업들이 군민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느냐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단체와 지역에 예산을 나누어 주었느냐가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는 것이다. 부안군의 재정은 군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의 편의를 위해 미래의 부담을 키워서도 안 되며, 눈앞의 성과를 위해 지역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희생해서도 안 된다. 필요 없는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며, 모든 사업의 결과에 책임을 묻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좋은 예산은 많이 쓰는 예산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예산이다. 이번 예산의 계절이 부안의 오래된 관행을 되돌아보고, 군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중심에 놓는 재정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예산서의 숫자 하나하나에 군민의 오늘과 부안의 내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