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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설, 만드는 것보다 관리가 먼저

이석기 기자 입력 2026.10.07 14:20 수정 2026.10.16 14:22

이 석 기 / 부안서림신문 대표
이 석 기 / 부안서림신문 대표
관광의 계절이다. 우리 부안에서도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할 노을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변산반도의 수려한 산과 바다, 아름다운 낙조, 변산해수욕장과 채석강 등은 부안을 대표하는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그렇다면 부안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우리 지역은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안타깝게도 관광 현장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노후되거나 파손된 시설물이 방치돼 있고, 산책로 주변에는 잡초와 나뭇가지가 무성하다. 조형물 주변에는 쓰레기와 낙엽이 쌓여 있으며, 고장 난 조명시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변산해수욕장 사랑의 낙조공원은 아쉬움이 크다. 아름다운 낙조와 바다를 감상하도록 전망대와 데크 산책로를 조성했지만,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고 관광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팔각정은 노후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이용을 막는 것만으로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안전점검을 거쳐 보수하거나, 필요하다면 철거 또는 새로운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간 방치된 시설물은 관광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관광지의 흉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크 산책로와 조명시설도 마찬가지다. 시설물 훼손과 무성한 잡초는 관광객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원 곳곳에 쌓인 쓰레기와 각종 행사 이후 남겨진 폭죽 잔해 역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행사가 끝났다고 행정의 역할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은 행사 당일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광시설을 왜 만드는가.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쉬고, 걷고,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시설을 조성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관광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광시설은 준공식과 함께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준공식은 관리의 시작이다. 시간이 흐르면 데크는 낡고 난간은 부식되며 조명은 고장 난다. 잡초가 자라고 쓰레기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은 관광시설을 운영하는 행정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새로운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은 예산 규모도 크고 홍보 효과도 눈에 띈다. 반면 낡은 데크를 보수하고, 고장 난 전등을 교체하며, 잡초와 쓰레기를 제거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중요한 것은 시설이 새것인지 오래된 것인지가 아니다. 걷는 길이 안전한지, 주변이 깨끗한지, 조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관광객은 거창한 개발계획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작은 시설물 하나를 통해 관광행정의 수준을 평가한다.

이제 부안군도 관광시설의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광지별 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데크와 난간, 조명, 안내판, 화장실, 쉼터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조치 기한을 정해 신속하게 개선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성수기와 명절 연휴 전에는 특별점검도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중심의 행정이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관광지 산책로를 걸으며 고장 난 전등은 없는지, 장기간 폐쇄된 시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작은 관심이 관광행정의 출발점이다.

관광지 관리에 노인일자리나 지역 일자리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관리인력을 배치해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시설물의 이상 여부를 수시로 살핀다면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관광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쾌적하고 안전한 관광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예산은 낭비가 아니라 관광의 기본을 지키기 위한 투자다.

부안은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기존 시설물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설을 늘리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관광시설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부안에는 돈을 들여 새롭게 만들어낼 수 없는 천혜의 자연자원이 있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 해안경관과 낙조가 그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관광객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부안의 관광정책도 시설을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에서 이미 조성한 시설을 얼마나 잘 관리할 것인가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반드시 수백억원을 들인 대형 시설물만이 아니다. 깨끗한 산책로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조명,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 하나가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경험이 쌓여야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된다. 반대로 쓰레기 하나, 고장 난 전등 하나, 방치된 시설물 하나가 부안의 좋은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다.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다시 찾고 싶은 부안, 고향을 찾은 귀성객이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부안을 만드는 일은 거창한 개발사업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산책로와 낡은 난간, 꺼진 전등 하나를 제대로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새로운 시설 하나를 더 만드는 것보다 기존 시설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 지금 부안 관광정책에 필요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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