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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비아냥대지 말고 ‘안되면 되게 하라’

이석기 기자 입력 2026.03.11 00:36 수정 2026.03.15 15:10

이석기/부안서림신문 대표
이석기/부안서림신문 대표
군 입대를 위해 처음 훈련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연병장 담벼락에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키 높이만 한 글씨가 30여 미터 담장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군대 특유의 강한 어조 때문이었을까. 그 문장은 처음엔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 삶의 여러 순간마다 떠오르는 문장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수없이 곱씹었던 말이 바로 그 구호였다.

최근 들어 이 문장은 다시 나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부안 유치운동, 이른바 알부유추진위원회의 일을 돕게 되면서부터다. 넉 달째 하루도 쉼 없이 이어지는 유치운동의 현장에서 눈을 뜨는 아침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바로 안되면 되게 하라.

알부유 추진위원들은 지금도 매일같이 발로 뛰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바라고 나서는 일도 아니다. 그저 부안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기에, 그리고 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나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추진위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운동 자체의 힘겨움보다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이다.

군민들의 무관심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삶이 바쁜 가운데 모든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 들려오는 비아냥 섞인 말 한마디는 추진위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는다. 특히 평소에는 누구보다 부안을 사랑하고, 부안의 발전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하던 사람들이 던지는 냉소적인 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

이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추진위원들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말은 따로 있다. “부안에 RE100 국가산단은 이미 물 건너갔다. 되지도 않을 일을 왜 떠들고 다니느냐는 말이다. 사실 그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추진위원들이 지금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잘될 것이 확실한 일이라면 굳이 유치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누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어렵고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훈련소 담벼락에 적혀 있던 그 구호처럼 말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 말은 무모하게 밀어붙이라는 뜻이 아니다.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미리 손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안 될 것 같은 일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될 것만 골라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될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넘어지고 부딪히면서도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삶의 모습일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부안을 위한다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금 알부유 추진위원들이 하고있는 일은 바로 그런 노력이다. 누구의 지시도, 권유도 없이 스스로 나섰다. 때로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유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거창한 지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수고한다.”

힘내라.”

잘 되길 바란다.”

이 짧은 말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반대로 냉소적인 말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다른 지역을 보면 주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목소리를 높이며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아직 우리 부안의 움직임은 작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부유 추진위원회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주는 군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응원하고, 조용히 후원하며,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의 미래는 몇몇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작은 마음이 모일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훈련소 담벼락에 적혀 있던 그 문장은 단순한 군대 구호가 아니었다. 포기하지 말라는 다짐이었고, 가능성을 향해 계속 걸어가라는 메시지였다. 지금 부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유치운동 역시 그 다짐의 연장선에 있다.

될지 안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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