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나에게 가끔씩 스치는 추억이 있다.
어렸을적 오랫동안 걸었던 학교 가는 길에 대한 추억들이다. 때로는 정겹게 다가오는가 하면 어느날은 꿈속에서 생생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끊임없이 걸었던 같은 길 나의 학교 가는길은 멀고도 험악했다.
길게 늘어진 달구지가 다니던 밭길을 지나면 소나무가 무성한 야산길이 이어지고 방죽의 뚝방길을 넘으면 좁디좁은 논둑길이 펼쳐지고 항새암을 너머 푸른잔등에 오르면 넓고 광활한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만조시 바다의 모습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한 상쾌함과 더불어 돗단배가 넘실대는 바다에 떠있는 모습은 마음의 평화와 풍요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1㎞ 정도 걸으면 학교에 도달한다. 5km가 넘는 길을 매일 걸어가고 걸어왔기에 담겨진 추억 또한 기억에 새록새록 묻어난다.
보리밭길에 봄이오면 종다리 높이 떠 지저귀고 여름이 오기 전 보리와 밀이 누렇게 익을 무렵이면 주인 몰래 이삭을 꺾어 불에 그슬려 비벼먹다 주인에게 들켜 야단 맞았던 기억 그래도 그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하여 가볍게 사랑으로 타일렀던 추억을 넘어 산길에 이르면 산토끼와 꿩들이 많아 그들을 몰아 잡기도 했고 때로는 뱀에게 쫓겨 도망친 기억, 묘지의 잔디에 이르면 씨름과 놀이가 이어져 그래서 학교가는 길은 항상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가고 오는길이 즐거웠다기보다 즐기며 오고 갔기에 결석하는 날 없는 꾸준한 수련의 길이었음을 상기해 본다.
푸른 잔등 못 미쳐 항아리가 묻혀있는 샘이 있다.
샘물은 항상 넘쳐 났으며 맑고 깨끗했기에 샘 위에 걸려있는 조랑 바가지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 때로는 등목을 하며 무더위를 달래기도한 고마운 샘이었다. 학교에 가는 길 항새암에서 꼭 만나는 어머니 한 분이 기억난다. 내가 학교 가는 시간과 그 어머니가 물 길러 오는 시간이 거의 같은 시간이었다. 회색 몸배 바지에 하얀 저고리를 입으시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물동이를 이고 계시는 어머니 그분은 우리가 보이면 우리가 그 샘을 지나가기 전에는 샘길을 가로지르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학생들의 길을 가로지르면 불운 할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당신의 불편함을 인내하며 어린 학생들의 길을 열어 주시는 인자하신 분, 어느날 학질에 걸려 조기 귀가 하던 날 항 새암에 머물러 물을 마시고 고열에 고통받고 있을 때 그 어머니가 내 곁에 오셔서 열이나는 몸을 닦아주시고 당신의 머릿수건으로 내 몸의 열을 빼주셨다 그때 그 인자하셨던 모습이 60년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내 안에 살아 계신다. 지금쯤은 100세를 넘기셨을 어머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름철 우기가 다가오면 학교가는 길은 물난리가 난다.
500m가 넘는 신작로는 물에 넘친다. 책보를 어깨에 동여매고 허벅지가 넘는 물 가운데를 걷는다. 학교에 이르면 옷은 전부 젖어있다. 다행인 것은 춥지않은 계절이었기에 견딜수 있었고 지나간 추억을 표현할수 있다는 것이다. 9년간을 똑같이 걸어서 오갔던 학교길 그 길은 비좁고 험난했던 어려운 길이었지만 매일 함께하는 친구가 있었고 항상 보호해 주는 선배와 나를 따르는 후배들이 있었기에 매일 웃으며 즐기는 길이었고 오랜시간이 흐른 지금도 아련한 그 추억을 기억하고 즐길수 있는듯하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
즐기며 걸으면 그 길은 아름다운 길이 되고 추억의 길이 될수 있지만 고통속에 걸으면 그 길은 지옥의 길이되고 만다. 항상 긍정적 마인드로 즐기며 갈수 있다면 그 발자취 또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매사를 즐기며 밝은 모습으로 편하고 여유롭게 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