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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새해 시> 그리운 서쪽, 변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3.01.19 17:48 수정 2023.01.19 05:48

<설날 새해 시> 그리운 서쪽, 변산
 
↑↑ 최 광 임
ⓒ 부안서림신문 
내게 모든 바다는 서해로 통해요 엊그제 아침, 동해에서 지는 해를 보았어요 초저녁인데 하현달도 지고 있었어요 나는 서쪽에서 뜨는 해를 보러 변산해수욕장에 가고 싶었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요 방문을 열면 토석담 넘어 바다가 먼저 밝아왔어요 새벽닭 울음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서쪽에서 들렸어요 초등학교 중학교도 서쪽으로 다녔어요 오후의 바라지문에 기대서면 변산 앞바다에서 노을이 뜨곤 했어요 모든 생의 변화무쌍함이 노을 속에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콕바르 경기를 보면 달리고 싶은 본능이 솟구친다는 카자흐스탄 유목민처럼, 나의 본능은 서쪽이 되었어요 사리가 되면 해방조개를 캐고 배꼽고동을 잡고 언니들을 따라 게 잡으러 다니던 달 밝은 밤을 기억해요 바다의 물고기들은 늘 가짜 미끼에 속아 생을 마감하지만, 검독수리는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사냥하지 않아요 서쪽은 지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곳이죠 높은 곳에서 활강하는 검독수리처럼요 ------------------------------------------- 최광임 부안 변산면 자미동 출생.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도요새 요리』. 디카시 해설집 『세상에 하나뿐인 디카시』. 서울문화재단 1천만 원 창작기금 수혜. 대전문학상 수상. 현재, 경남일보 ‘최광임의디카시행진’ 연재 중. 전국 문화기관에 디카시 강연을 다님. 계간 《시와경계》 발행인. 계간 《디카시》 주간. 한국디카시인협회 부회장 겸 집행위원장, 한국디카시연구소 부대표. 두원공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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