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섭칼럼-종심을 넘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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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 부안서림신문 | |
종심(從心)을 넘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으니 헛나이를 먹고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불혹지년(不惑之年)’이라 해서 세상일에 미혹하지 않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공자는 말씀하셨고, 맹자 또한 부동심을 얘기했다.
또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나는 그 나이에 헛된 야욕과 욕심으로 지내왔고 집착과 아집으로 날을 보냈다. 30세에는 입신도 못했고, 오십이 되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이고, 60세는 이순이라 하고, 70세가 되면 종심이라고도 한다.
나의 나이 50세는 어떠했던가. 하늘을 보고 부끄러움이 없었는가. 밝은 날에는 하늘을 보기가 부끄러웠고 인생의 고비에서 야욕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순의 나이에는 어떠했는가. 귀를 열고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며 포용하는 아량이 있었던가. 그저 부끄러운 인생이었다.
종심의 나이에도 가슴속에 티끌만 쌓이고 노욕으로 가득한 처량한 인생이다.
푸르렀던 나무 잎은 낙엽 되어 바람에 뒹굴고 있다.
겨울비가 낙엽위에 내리면 허접한 쓰레기일 뿐이다.
세상을 사랑할 줄도 모르고 미움과 증오의 날을 보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회한과 후회만 밀려온다.
젊은 날치기와 만용으로 싸움박질을 하고 방탕한 생활과 술로 날을 보낼때가 있었으니 그로인해 건강을 해치고 말았다.
다시 못올 그때의 삶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아픈 세월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며 허투루 젊은 나를 보내 보내지 않으련만 가슴을 쳐도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깊은 밤 무엇이 그대를 슬프게 하는 가. 덧친 상처처럼 지난날이 아프게 다가온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도 없었고 운영의 묘를 살리지도 못했다.
지난날은 꿈길 같이 사라지고 냉엄한 현실 앞에 회안과 후회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제 와서 통탄한들 모두가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돌아보면 한세상 살면서 거듭되는 실패도 있었고 햇빛 찬란할 때도 있었다. 제물은 제 스스로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재물을 따라간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노라면 궂은 날도 밝은 날도 있으니 사람들이 일희일비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세상에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떠날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나무 잎은 봄에는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푸르르고 가을에는 제 나름의 열매를 맺고 조락의 계절이 오면 잎사귀를 훌훌히 털어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듯 우리는 자연의 이치에서 인생을 본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있다. 물처럼 살다 가는 인생이 되고 싶다.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다는 부쟁의 철학과, 낮은 것으로 흐른다는 겸손의 철학을 배우고 싶다.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운 노릇이지만 다만 가슴속 티끌을 하나씩 지워가며 오늘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