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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나의 하루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1.08.25 19:45 수정 2021.08.25 07:45

송성섭칼럼-나의 하루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부안서림신문 
찾아올 사람도 갈 때도 없는 나의 문밖은 적막이 흐른다. 무료를 달래기 위해 침침한 눈에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어 보지만 10여 분이 지나면 다시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지끈 거리고 아프다. 정다웠던 사람, 보고팠던 사람들은 저승으로 떠나고 나는 홀로 쓰거운 외로움을 씹고 있다. 무엇이 그리 바빠 저승길을 서둘렀는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세월이 이렇게 망연히 흐르면 나도 고사목이 되리라.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나의 가슴은 설레고 있다. 혹시 어젯밤 꿈길에서 보았던 사람이 찾아오려나 가슴 졸인다. 기다림은 빈 가슴을 안고 소태처럼 쓰거운 위로움이 밀물처럼 밀리어 온다.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 밤을 지새우며 쌓았던 추억들이 지금도 아우성으로 다가오는데 그대는 가고 없고 나만 홀로 그 추억의 한자락을 잡고 서러운 마음이 된다. 이승에서는 만날 길이 없으니 나는 그를 더욱 슬퍼한다. 어느 윤회의 길목에서 다시 만났는데 서로 알아나 보겠는가? 참으로 인생은 무상하고 한줌 티끌과 같다. 가슴아픈 사연들이 어디 우리뿐이랴. 그러나 나 혼자만의 쓰라린 고통으로 다가오는것 같아 한때는 나만의 크고 깊은 고통과 상처로 알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무디어진 감정이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연락선의 뱃고동 소리도 가슴 아프고 번연히 오지않을 사람인줄 알기에 기다림의 헛된 망상이다. 살아오면서 숱한 인연을 맺었으나 그 인연들도 저녁 바람에 스치우는 한조각 구름이 되고 말았다. 지나고 나니 신산했던 그날이 삶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대는 떠나고 나는 끈 떨어진 짚신이 되어 서해바다 어웅이 되었다.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일이다. 애가 타는 그리움도, 아이가 사탕을 아껴 먹듯 나는 조금씩 그리움의 조각들을 먹으며 산다. 저녁놀 물결위에 그리움을 띄우며 멀어진 날들을 회상해 본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 먹고 늙으니 사는것이 아무 재미가 없다고 한다. 나도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고 재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노인정을 찾아가지만 또래의 노인들이 다들 송장처럼 누워 있다. 그들도 한때는 젊음이 있었고 나름의 사연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비록 백발이 성성하고 기력이 없어 널부러져 있지만 푸른 바다를 헤치고 폭풍우 속에서도 억세고 질긴 삶을 이어왔다. 이제는 폐선처럼, 멈추어진 기관처럼 뜨거운 심장도 식었지만 희미한 기억속에 그날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이 꿈길만 같으리라. 나는 노인정을 나서며 하늘을 본다. 찬란한 햇살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세월은 가고 늙은 나는 어느 곳이든 필요치 않은 사람이 되었다. 아름다웠던 세상, 그날은 가고 나의 일상은 무료하고 허전한 삶이 되고말았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하루가, 한달이, 1년이, 이렇게 가고말면 나의 잃어버린 시간들과 푸르른 잎이 낙엽이 되듯 나는 그리움을 안고 바람 따라 가고 말리라. 밀려오는 파도처럼 젊은날의 기억들로 보채이는데 갈곳없는 나는 오늘도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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