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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누가?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1.08.13 11:44 수정 2021.08.13 11:44

이곳을 누가?
 
↑↑ 김시웅. 변산중학교 교장
ⓒ 부안서림신문 
부안은 아름다운 곳이다. 어디를 가든 탁 트인 넓은 들과 옹기종기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시원한 바다 거기에다 멋진 국립공원 변산이 자리하니 누군들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난 이런 부안을 사랑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봄 자전거를 타고 동진면을 돌아 문포 방향으로 향했다. 문포를 가다가 후촌 방향으로 방향을 돌리며 난 내 눈을 의심했다. 가로수로 심은 백일홍 수백 그루가 죽어있다. 정확한 식재 연도는 모르지만 심은 지 몇 년씩은 됨직한 굵고 큼직한 나무들이다. “왜?”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작년에도 그 전년에도 잘 자라던 나무가 왜 하나같이 죽어갔을까? 지난해 여름 마이삭이나 하이선 같은 태풍의 영향으로 뿌리째 흔들린 나무들이 겨울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었을까? 그런 태풍은 그런 한파는 왜 매년 갈수록 그 위력이 장대해지는가? 사실 나도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 어제오늘의 나의 행동 때문에 그리되었음을 너무나 잘 안다. 평소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쳤듯 그렇게 지나쳤던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 의하여 그리된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또는 잘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나와 우리에 의하여 여름이면 화려함을 자랑하던 백일홍이 죽었다. 맞다. 우리가 단순히 무관심한 사이에 뾰루지는 곪아가고 이제 강력한 항생제가 아니면 치유가 어려운 상태에까지 오게 되었다. ‘탄소 중립’ 이것은 이제 환경 보호론자만 외쳐야 할 일이 아니다. 캔맥주 한 병(알루미늄 1톤을 만들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20톤이 만들어진다) 종이컵 한 개(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지난 5월 한 달 동안 1천㎢ 이상이 파괴되었다),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 틀어대는 에어컨 등등. 얼마 전 아이슬란드 작가인 ‘안드리스나이르 마그나손’ 이 지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책을 봤다. 작가가 말하길 할아버지가 살던 100년 전과 지금, 그리고 우리 손녀나 손자가 살아야 할 100년 후의 세대를 걱정하면서 쓴 글이다.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막연하게만 들리던 탄소 중립이나 인구의 증가 그리고 알루미늄, 화석연료, 급증하는 축산, 사람이 즐기고 편리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에너지, 에너지, 에너지. 그것들에 의해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종말의 시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끔찍한 내용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엄청남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 섬이 태평양을 흘러 다니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기온은 30년 동안 1.5℃ 상승했다. 이 상태로라면 기후재난이나 기아 그리고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에 의하여 아파하는 지구를 위하여 더 강력한 항생제를 써야만 하고 내성이 생긴 아픔은 더 큰 펀치를 우리에게 날릴 것이다. 2년 전 지금까지는 볼 수 없는 장례식이 열렸다. 2019년 8월 18일, 다 녹아내려 더 빙하라고 부를 수 없는 아이슬란드의 오크 빙하 장례식이 열린 것이다. 이것이 남의 일인가? 먼 나라 이야기인가? 아니면 나와 관계없는 까마득한 후세대의 이야기인가? 바로 우리의 일이며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일요일마다 집안 쓰레기를 정리한다. 달랑 두세 명이 사는데도 20L 봉투가 가득하다. 어디 그뿐인가 플라스틱이며 종이상자 음식물 쓰레기 기타 등등 실로 엄청난 양이다. 어렸을 적 시골의 마당 한쪽 귀퉁이에는 두엄자리가 있었다. 일종의 집 안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장이다. 당시에는 플라스틱 용기도 비닐봉지도 모두 다 귀하고 소중했던 시절이다. 그저 마당을 쓸고 음식물 찌꺼기며 온갖 것을 다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거름으로 사용을 했다. 분리수거도 필요 없었고 환경오염도 없었으며 한여름 갈증이 생기면 개울가에 엎드려 벌컥벌컥 냇물을 마셨으며 겨울이면 고드름이며 함박눈을 먹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졌다. 물을 사서 먹어야 하고 공기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심각하게 우리를 위협하고 농산물은 유전자 변이와 농약의 범벅으로 편하지 않다.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나의 편리함을 위해서 나의 후손에게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주어야 하는가.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김시웅. 변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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