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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글방>달팽이 간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0.06.11 16:35 수정 2020.06.11 04:35

<서림글방> 달팽이 간다 최광임 달팽이 개수대를 오른다 제 살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이 저 달팽이 뿐이랴만 언제 이 사막을 건널 것인가 연유를 묻지 않아도 여기, 지금 이곳 응, 나야 하고 말 걸어올 사람 하나 없는 건기의 도시 때때로 절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 그곳엔 바람을 되새김질하는 감자꽃과 해질녘 주인이 전지한 넝쿨에 참외꽃 피겠지만 겹겹의 바람을 쟁이는 치마상추 잎 그늘에 깃들고 싶었을 달팽이를 안다 오늘도 도시는 번화하고 바람이 불었다 모두들 촛불 켜들고 광장으로 나갈 때에도 달팽이 건기의 도시를 횡단하며 자정 가깝도록 서걱서걱 초인종을 눌렀다, 그때마다 내 몸에서는 한 움쿰씩 초록물이 빠져나가지만 사막에서도 한 평생 살아내는 몇 종의 동물과 식물처럼 목메어 기다 가다 거기, 어디쯤 스쳐갔을 상추 잎에 스민 바람과 그늘 찾아 최광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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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변산 출생 전북 부안 변산 출생.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도요새 요리』. 디카시 해설집 『세상에 하나뿐인 디카시』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5년엔 대전문학상을 수상. 2016년엔 EBS국어수능교재에 <이름 뒤에 숨은 것들>이 채택 2018년엔 중고등 국어교과서에 『세상에 하나뿐인 디카시』 수록. 현재 시전문 계간 《시와경계》편집인, 계간 《디카시》주간·한국디카시연구소 부대표. 두원공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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