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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맛(3)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9.07.11 11:10 수정 2019.07.11 11:10

송성섭칼럼-맛(3)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부안서림신문 
우리사는 세상은 맛도 없고 멋도 없이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고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은 약자를 옭아매는 수단에 불과하며 힘 있는 자, 가진 자들에게는 법의 잣대가 고무줄이기에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칼자루를 쥔 자들의 놀음이니 열불이 올라 제명에 죽을수도 없다. 신도 그들편에 있으니 씁쓰레한 입맛에 가래를 뱉어내고 즐겨먹던 음식 타령이나 해볼까 한다. 가실(가을) 메통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자반하기에 좋다. 마른 메통이를 숯불에 구워 살을 발라 고춧가루와 참기름에 버무린 것을 자반이라 하는데 자반중에 메통이 자반이 제일이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어린아이를 일러 ‘가실 메통이 같다’는 말이 있다. 비늘이 없는 고기는 회로 잘먹지 않은 풍습이 있다. 잘못먹어 체하면 다른고기보다 고통이 아주 심하다 한다. 붕장어나 갯장어 갈치회를 잘 먹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붕장어는 일본말로 ‘아나고’라 하는데 등을 타서 한나절쯤 햇볕에 말라 밥상머리에 앉아 화로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유장에 찍어먹던 그 맛의 기억을 잊을수 없다. 갯장어는 일본말로 ‘하모’라 하는데 등뼈를 발라내고 살속에 가시가 있어 잔칼잡이를 하여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숯불에 구워내면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손바닥 크기의 갈치는 창자는 갈치속젓을 담고 토막쳐 얼간한 갈치를 밥위에 쪄내도 맛이 있고 숯불에 구워낸 갈치는 속된 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거기에 있다. 오죽하면 ‘왕등처녀 갈치 뱃진드기(뱃살) 못잊어 육지로 시집 못간다’는 말이 전해져 왔을까. 내고향에는 찌개와 찐개라는 음식이 따로 있다. 찌개는 고기를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끓인 음식을 말하고 찐개는 투가리나 쟁개비에 물을 조금부어 끓여낸다. 찐개는 무쇠솥에 밥을 할 때 밥위에 쪄내는 것을 말하는데 밥위에 쪄내면 밥물이 스며들어 간도 알맞아 그 맛을 잊을수 없다. 지금처럼 전자밥통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고 그 맛도 천지차이일 것이다. 겨울철에는 회룡(말미잘)을 묵은지를 넣고 덕어 먹었는데 그맛 또한 잊을수 없다. 바위에 기생하는 회룡을 도려내 곱을 씻어내고 덖으면 세상의 별미이다. 해조류의 일종인 몰줄을 넣고 밥을 해먹기도 하였는데 흉년에 바닷가 사람들의 그황음식이 있고 서러운 한때의 목숨을 이어가는 방편이었다. 쭉개미(쭈구미)도 주당들에게는 과히 환영받지 못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금쭈구미가 되었지만 쭉개미로 술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날것은 노린내가 난다고 하여 즐겨찾지 않았다. 속칭 ‘위도갈비’라고 부르는 똘쟁이(똘장게)장은 주당들의 안주로 즐겨 찾았으니 독한 소주에 부실한 안주는 천수를 다하지 못했다. 겨울 방가지(돌게)장도 별미이며 한끼니 반찬으로는 나무랄데가 없다. 내 고향에서는 후리질을 되나리라 하는데 여름밤 되나릴 잡을 고기는 남의 집 돌담위에 열린 호박을 따서 끓이면 더욱 맛이 있었다. 상어 새끼를 ‘돔바리’라 하는데 여름밤 보릿대에 불을 놓아 꺼칠개칠한 껍질을 벗겨내고 재 묻은 것도 마다하지 않고 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맛을 잊을수 없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달 밝은 여름밤 그리움에 지친 갈등의 날 방황의 긴 젊은날 바닷가를 거닐다가 휘젓는 발길에 한무리의 고기때가 은빛으로 팔딱이는 밤에는 한잔술로 마음을 달래든 낭만도 있었다. 생각하면 어제같던 일이 까마득한 옛일이 되고 이제는 그 시절이 올수도 오지도 않을 아픈 날들이다.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을 방추하면 늘그막의 허무한 날들을 보내는 허전함이여. 세월은 가고 인생도 가고 서러워 마자. 우리네 인생도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을. 내 마음은 언제나 그곳 거기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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