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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맛(2)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9.06.13 12:18 수정 2019.06.13 12:18

송성섭칼럼-맛(2)
 
ⓒ 부안서림신문 
사람은 나이가 먹어지면 입맛도 변하게 마련이지만 지난날 먹던 음식은 지금도 구미가 당기고 그리움으로 다가 오고 있다. ‘곡우사리’가 되면 조기, 부서, 민어 등이 두멍골에서 한여름 개구리 울음소리 같았다. 어부들은 태양력이 아닌 음력을 쓰는데 ‘조금’은 매달 초여드레와 스무사흩날을 말하며 ‘조금’이 지나고 나면 점차 유속이 빨라 질때를 ‘사리’라고 한다. ‘고우사리’는 ‘오사리’라고도 하는데 오사리 조기는 기름이 지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뱃속에 알을 잔뜩 품고 있어 굴비를 만들면 맛이 최고 일때다. 굴비는 염장을 하여 바람과 햇볕에 잘 말린것을 굴비라고 말한다. 요즘 ‘보리 굴비’라는 생소하고 뜬금없는 굴비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보리 굴비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옛날 전자제품이 없을때 보리타작을 끝낸 알곡을 땡볕에 말려 그속에 굴비를 묻어 두었다. 땡볕에 잘 마른 뜨끈뜨끈한 보리 속에 굴비를 묻어두면 기름기도 나지 않고 ‘바구미’라는 벌레나 좀이 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수 있어 일종의 보관 방법으로 택한 선조들 지혜이다. 굴비뿐만 아니라 다른 건포도 그렇게 보관 하였다. 한 여름 보리밥에 물을 말아, 방망이로 두들겨 결대로 찍긴 굴비를 고추장에 찍어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조기는 흑산도를 거쳐 칠산 바다인 위도를 지나 연평도 근해로 북상하기에, 흥청거리던 3대 파시가 흑산도, 위도, 연평도였다. 영광굴비의 유래도 ‘곡우사리’때 위도 연근해에서 잡았던 조기로 유명세를 탄 것이며, 그 옛날 영광 팔경의 하나로 위도 어화를 꼽을 만큼 경향 각지에서 몰려 온 어선들로 밤이면 불야성을 이뤘던 장관은 이제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다. 지난 세월의 그 풍성하고 넉넉했던 바다는 어족의 고갈로 바다는 황폐해지고 갈매기도 허기에 지친 나날이다. 여름철 별미로는 농어도 빼놓을 수 없다. 유월 농어는 ‘굽은 허리도 펴진다’는 말처럼 맛이 좋으며, 농원은 토막을 내 미역을 넣고 지리로 끓인 농어탕은 그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유월 농어, 칠월 민어라는 말이있고, 서대탕도 이즈음에 입맛을 돋우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준치회는 맛은 좋으나 살속에 가시가 있어 채를 썰어 회무침을 하거나 밥을 비비면 ​회덮밥이 되고 국수를 말면 회국수가 된다. 썩어도 좋은 생선이 있다. 홍어와 상어를 파는 생선 장수는 ‘썩어도 좋다’는 말이 있지만 썩는다 보다는 삭어간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홍어는 너무나 잘아는 고기이니 제론할 필요가 없지만 늦사리 잡은 상어는 내장을 빼내고 처마 밑에 걸어 두면 구덕구덕 해진다. 긴긴 겨울밤 눈이 소복하게 내린 밤, 상어의 살은 저며 묵은지에 싸서 먹던 맛은 세상의 별미였다. 광어포는 ‘이 사이에 끼는 맛으로 먹는다’는 우스갯말처럼 그 맛도 유별나다. 겨울날에 먹던 건포가 어디 한 두가지 이었으리, 지금은 잊힌 맛이며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맛이 되었다. 제자리(잔저리)라는 상어과 고기는 옛날 섬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될 고기였다. 큰일을 치를 때는 꼭 ​제자리를 쓰는데 산적을 하거나 쪄서 먹었던, 푸짐하고 맛있던 제자리에 맛을 잊을 수 없다. 겨울철에는 천연 왁대기(왁저지)를 해 먹는데 마른 복쟁이(복어)를 넣고 무를 숭숭 썰어 한소끔 끓여낸 왁대기는 한겨울 장광에 놓으면 우무처럼 엉긴 ​왁대기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조기 비늘의 우무도 별미였다. 배 중간에 쌓인 조기 비늘을 헹구어 말렸다가 겨울날 우무를 만들면 별미 중에 별미였다. 이제는 잊히고 먹을수도 없는 음식들. 멸종 된 어족도 많고 조리법도 잊혀졌다. 하기야 정다웠던 사람도 떠나는 세상에 옛맛이 그대로 있을 손가. 세월 속에 잊히고 잊어야 하는 맛이다. 옛날 헐벗고 굶주렸을 때는 김치 한 보시기에 밥 한 그릇이면 족 하였다. 지금이야 맛을 탐하고 세프라는 직업이 인기를 모으고 티비에서 별의별 음식으로 법석이니 격세지감이 새롭다. 이제 늘그막에 지난 날 먹었던 음식이 그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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