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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아름다웠던 기억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9.03.27 21:22 수정 2019.03.27 09:22

조덕연칼럼-아름다웠던 기억들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부안서림신문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온종일 내릴 추세다. 오랜 가뭄과 무더위 탓에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지나간 일들 중 나빴던 기억들은 바로바로 뒤로 하는 것이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들은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접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고 나쁜 일들을 함께하며 생활한다. 나빴던 일들이 타인에 의한 결과라면 원망이 따르기 마련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순간 깨닫고 잊어버리는 것이 곧 앞날에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웃음이 나오고 가슴이 설레는 이야기다. 그때로 돌아가 젊어지는 기분이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우리는 벚꽃길을 걷고 있다. 몸을 맞대기도 하고 손을 꼭 잡고 얼굴도 마주하고 보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불같은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속세타령도 아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즐겁기만한 기억이다. 어느날 오전 생각지 않은 비보에 접한다. 나에게 항상 아름다운 기억들을 만들어 주었던 그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전갈이다. 생각을 멈추게 한다. 한동안 멍청히 앉아 있다. 고통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처럼 사는 그도 알고 보니 불행의 연속인 삶을 살았다. 이혼에 아들걱정 삶의 불안정 그럼에도 그는 항상 안정적이었고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 편안함을 안겨준 여인이었다. 자신을 불태우며 사는 여인 바로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웃고 있는 영정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함께한 일행과 함께 설렁탕국물을 꾸역꾸역 몰아넣는다. 모두가 하는말 좋았던 사람 떠났다. 고생 많이 했으니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살 것 이라는 이야기다. 그녀는 그렇게 갔다.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가끔은 떠오를 즈음 한통의 전화가 온다. 휴대전화를 바라보니 뜻밖에도 그 여인의 전화다. 꿈같은 이야기다. 반가운 마음에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나중에 알 것 이라며 웃는 소리가 나의 귀를 통해 달콤하게 전달된다. 세상은 역시 살만한 가치가 있다한다.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고 있으니 마음은 항상 평온이란다. 다음에 갈때는 소주 사가지고 갈테니 기다리란다. 꿈이었다. 꿈이었지만 흐뭇했다. 그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그녀에게 전화 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입력해둔 번호를 누르니 수신이 간다.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는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는 훨씬 젊어 보이나 소리의 감정이나 톤은 그녀가 틀림없다. 어디냐 물으니 만나서 얘기 하자는 이야기, 전화가 끊긴지 얼마 후 우리는 차를 함께 타고 옛날에 함께 거닌바 있던 호수가를 함께 거닐고 있다. 호수위에는 잔디가 넓게 깔려있고 호수 주변엔 숲이 우거져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장소다. 언젠가 처럼 우리는 잔디광장에 눕기도 하고 호수와 숲속을 걷기도 하고 오리떼들의 노는 모습 또한 함께 즐기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 벤치에 앉아 그녀가 준비해온 간식에 소주도 한잔, 호수가에 나가 물장난을 친다. 그녀가 껴얹은 물 때문에 그만 꿈에서 깨고 만다. 두 번의 꿈속에서 보인 그 사람이 비오는 창가를 스친다. 아름다운 추억 추억은 추억으로 끝내야 한다. 그 영혼이 구천에서 헤매지 않도록 과거의 기억들은 우리를 즐겁게도 하지만 고통을 주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지금 깨달아야함은 잘못된 인연은 바로 뚝 끊어야 한다는 사실, 잘못된 인연에 연연하다 허송세월하며 괴로워 말고 아름다웠던 기억만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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