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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저무는 겨울날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9.02.28 21:29 수정 2019.02.28 09:20

송성섭칼럼-저무는 겨울날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부안서림신문 
짧은 겨울 해처럼 나의 인생도 서산에 걸렸다. 황폐해진 바닷가에는 찬바람만 불고 어선들도 베리줄에 묶여 조업을 멈추었고 바람에 실려 오는 파도는 머리를 풀어 헤친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메마른 가지에 삭풍이 몰아치고 귀신의 곡성인냥 밤마다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 섬마을은 삭막하고 뼈가 시린 계절이다. 하늬바람 속 북편의 검은 구름 사이로 성기 눈발이 실려오고 마음은 더욱 움추려들고 있다. 나의 누옥에는 황소바람이 불어와 냉기가 가득하니 나는 한마리 벌레처럼 이불 속에 웅크린 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세월이 가면 늙고 병들어 죽게 마련이니 늘그막의 바람이 있다면 제발 큰병 없이 이승을 떠나는것이 모든 사람의 소원일 터 나도 그렇게 가고싶다. 생자필명이라 했으니 언젠가 가야할 길이니 편하게 가고 싶은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젊은 날의 열정과 고뇌도, 사랑과 증오도 옛일이 되었지만 지금도 젊었던 그 날을 생각하면 녹슨 심장에도 뜨거운 피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희미한 기억 속 세월의 풍파에 추억도 가물가물 한 한조각의 편린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 미움과 증오도 너그럽게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어느 종교에 귀의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이해심이나 아량이 넓은 사람도 아니지만 세월이 가고 나잇살이 들어 조금은 철이 들다 보니 미움과 증오를 가슴에 안고 가기는 싫은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리 사는 세상이 어느 한곳에 성한데없이 썩고 말았으니 울화증이 도지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윗물에서 하는 짓거리가 자기들 밥그릇 챙기고, 세비나 올리고, 재판 청탁하고, 부동산 투기 의혹에, 해외 연수를 핑계로 관광에 열을 올리는 행태,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못된 짓을 먼저 배우고, 감시와 견제는 내팽개치고, 염불에는 정신이 없고 떡밥만 탐내는 세상이 되었다. 말이좋아 풀뿌리 민주주의지 풀같은 민초들은 허리가 휘도록 세금을 바치고 그 혈세로 흥청 망청이니 이보다 개탄할 일이 하늘아래 또 있으랴. ​국민은 언제나 졸이고 구정물만 가득한 세상에서 한줌의 맑은 물도 찾아볼수가 없다. 하기야 쥐꼬리만 한 지위를 가지면 먹지 못해 환장을 하는 세상이니 위아래 모두가 썩어 혼탁한 탁류가 뒤덮고 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 국민의 선량인 국회와 정부, 공복인 공무원 어느 한군데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신뢰할수 없고 믿을수 없으니 어찌된 세상이 이꼴인가. ​멱라수에 몸을 던진 중국 초나라 대부 굴원의 어부사에 늙은 어옹의 대꾸가 생각난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라’ 우리 사는 세상이 울분으로 가득하고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어디에 갓끈을 씻고 어디에 발을 담그리. 시궁창으로 온 세상이 썩었으니 코를 막고 살아야 하는 삶이 한심하도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바쁜데 더러워진 세상의 어디에 가서 우리는 현명한 답을 구할 것인가. 겨울에 짧은 해는 서산에 지고 어스름이 낀 바닷가의 찬바람이 시원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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