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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특별기고

이하영기고-‘이화우 흩날릴 제’ 매창을 만나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0.06.04 16:55 수정 2010.06.04 08:59

공연 ‘춤으로 만나는 매창’을 관람하고

↑↑ 이 하 영 부안여고 학생
ⓒ 디지털 부안일보
지난 5월 29일, 일요일 오후에 부안예술회관에서 <춤으로 만나는 매창>이라는 공연이 열렸다. ‘매화꽃 피어난 창’이라니, 얼마나 그윽한 이름인가? 매창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되새기며, 나는 학업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쉴 겸 공연장을 찾았다. 지난해 학교의 문화답사동아리 활동 기회에 이매창(李梅窓, 1573~1610)을 공부하면서 나는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본명이 향금(香今)이었던 매창은 시, 가무, 거문고 등에 뛰어났던 기생으로 황진이, 허난설헌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시인으로 불린다. 개성에 황진이가 있다면, 부안에 매창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매창은 당대의 문인들과 넓게 교유하였는데, 특히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과도 인연이 있다. 허균이 작품 활동을 하러 잠시 부안에 왔었는데, 그때 매창을 만났다는 것이다. 매창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일까? 허균은 말년을 부안에서 지내려 하였지만 역모죄의 모함으로 처형당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매창은 병마와 싸우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높은 예술성을 지녔으면서도 천대받던 기생의 신분으로 그늘진 생을 살아야만 했던 매창. 그녀는 큰 아픔을 지닌 채, 자기가 사랑했던 거문고와 함께 땅에 묻혔다. 이 날의 공연은 다양한 한국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고운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부채춤과 화사하며 여유로운 흥춤도 함께 펼쳐졌기 때문이다. 매창에 대한 춤은 20분 정도 공연되었는데, 그 춤을 보는 동안 내내 매창의 사랑에 대한 애절함과 외로운 삶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느껴져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무용수들은 한지로 만든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 한복의 빛이 너무나 곱고 처연해서 마치 여러 매창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듯 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 이화우(梨花雨), 이매창 - 한복에는 매창의 시 ‘이화우’의 시어들이 써 있었는데, 매창의 영혼이 무용수들의 곱고 우아한 몸짓과 하나가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금의 구슬픈 선율을 타고 흐르는 춤은 마음을 더 사로잡았다. 이화우, 말 그대로 배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봄날, 님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슬픔이 마음속에 절절히 전해왔다. 전에 별 감정 없이 읽었던 ‘이화우’가 이렇게 애절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오랫동안 부안에서 자라면서도, 나는 왜 매창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지 못했던가, 황진이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 고장의 매창에 대해서는 왜 눈을 감고 있었는지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매창을 만나면서, 나는 역시 우리의 것을 잘 알아야 비로소 다른 것을 올바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작게는 우리 고장의 문화재, 인물 등을 깊이 알아야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무지는 게으름 탓이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게으름으로 인한 나의 무지 때문에 우리의 것을 무관심으로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잘 돌아볼 생각이다. 나는 음악에 관심이 많다. 장차 기회가 된다면 매창의 아름다운 시들을 음악을 통해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각오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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