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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은 영
부안여고 2년 |
ⓒ 디지털 부안일보 |
지난 2월 19일, 드디어 8박9일 동안의 캄보디아 봉사활동 길에 나섰다.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주관한 첫 학생봉사해외체험활동 행사였다. 나는 발대식에서 봉사단원 대표로 선서를 하며 최선을 다해 활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졌다.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여 지구촌 공생회 인솔 선생님과 합류했다. 캄보디아로 떠날 일행은 우리 봉사단 30명과 지도교사 다섯 분이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첫 밤을 보낸 다음날, 우리는 덜컹거리는 무더운 길을 달려 깐달주 끄랑야으 유치원에 갔다. 그곳에서 캄보디아 기본 회화를 배우고, 서약서를 낭독하고 사인을 했다. ‘츠무어 아와이(이름이 무엇입니까)?’와 ‘따으 네악 아유 뽄만?(당신을 몇 살 입니까?)’이라는 말을 거듭 반복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서로 통하는 말은 겨우 몇 마디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나눌 수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과 하얀 미소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의 노력봉사는 운동장이 없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연못을 메워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먼저 큰 돌을 손에 손으로 전달하여 깔고, 포대에 자갈을 날라 채우고 다음에는 모래를 날라 채웠다. 유치원 선생님, 학부모님들도 함께 하셨고, 아이들도 고사리 손으로 우리를 도왔다. 그 넓던 연못이 메워지는 것을 보며 나의 마음에 뿌듯함도 채워져 갔다.
노력봉사에 뒤이어 교육봉사도 했다. 교육활동에 앞서, 우리는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전통 매듭 팔찌를 만들어 주었다. 이어서 우리는 들여다보면 기하학적인 문양이 보이는 망원경을 만들고, 팽이를 색칠하고 돌리면서 팽이싸움도 하고, 제기를 만들어서 제기놀이도 함께 했다. 위생교육으로 양치질 교육도 했다.
그곳에서의 마지막 날, 두 개의 큰 행사가 열렸다. 우리 봉사단원들과 유치원과의 연합 운동회, 그리고 마을잔치였다. 이 두 행사 모두 우리가 만든 운동장에서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운동회에서 우리는 유치원 아이들과 짝이 되어 굴렁쇠 경기, 사탕 찾기 경기, 풍선 터뜨리기 경기, 꼬리잡기 경기를 했다. 마을잔치 때는 유치원생들이 학예 발표회를 했고, 우리는 태권무와 댄스를 했다. 그리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마을 주민과 함께 춤추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빵과 음료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잔치를 마무리했다. 빵을 숨기고 다시 줄 뒤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여섯째 날, 우리는 끄랑야으에서의 가슴 벅찬 기억들을 접고 문화체험 활동에 나섰다. 프놈펜을 거쳐 6시간을 이동한 다음 시엠립에 도착했고, 거기에서 세계에서 5번째로 크다는 톤레삽 호수를 관람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앙코르와트에도 갔다. 신들 모양의 조각, 하나하나 의미를 가지고 조각되어 있는 벽들, 미로와 같은 내부, 착시가 일어나는 건축물 모두가 경이로웠다. 오후에는 세계인들과 함께 일몰을 보고, 압사라 공연을 관람했다. 캄보디아의 대중교통인 뚝뚝이를 타고 야경관람도 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내 마음은 정말 벅차다. 우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 것이 가장 기쁘다. 흐르는 많은 양의 물이 아니라 고여 있는 작은 물에도 감사하고, 빵 한 봉지가 아니라 한 쪽에도 감사하고, 컴퓨터가 아닌 제기와 팽이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또 먹을 만큼만 덜어서 남기지 않기도 적극 실천하며 내 앞의 모든 음식에 감사했다.
나는 또한 성큼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단원들의 대표를 맡아 좀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는 나를 만났고, 운동회와 마을 주민잔치 제법 솜씨 있게 사회를 보는 나를 만났다. 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고 거침없이 내뱉으며 따가운 햇볕, 숨 막히는 더위, 사정없이 날아드는 벌레들조차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나도 만났다. 지금 나는 앞으로 나를 나눌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내 마음 속의 캄보디아는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