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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 디지털 부안일보 |
사람은 누구나 볼일(?) 보러 갈 때와 볼일을 보고난 후의 말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 했던가.
작은 모임의 단체장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장들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달라 자주 사람들의 도마에 오르곤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주민이나 회원, 조합원들의 선출로 기관이나 단체의 수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이 같은 언행을 보일 땐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20일 부안수협 회의실에서는 군내 대여섯 명의 어촌계장들이 모여 충남보령 기름유출사고와 관련 부안군 어민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 항의시위에 따른 대책위를 구성하고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론 마땅히 자리를 함께해야할, 부안군 어민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던 수협의 수장이 보이질 않아 참석한 어촌계장들께 불참의 사정을 물었다.
“후원이야 아끼지 않겠지만 입장이 곤란한 부분이 있어 대책위 구성원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 들은게 불참 이유의 전부다.
일정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조합원 간의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라면 몰라도, 어업인들의 생업과 관련된 막중한 일에 수협 수장의 입장 곤란한 부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누가 뭐래도 어업인들을 위해 앞장섬은 물론 목숨은 내놓지 않더라도 삭발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 협동조합을 이끄는 수장의 자세 아니던가.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며, “어업인의 복지증진과 소득증대는 물론 작은 소리까지도 귀담아 들어 어민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표 구걸 할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뒷짐의 자세로 변해 있다면 과연 이를 수장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달라져야 한다.
오히려 외곽에서 수협을 바라보던 후보시절의 각오보다 직접 수협경영에 참여하는 수장이 되었을 때의 각오가 남다르고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후보시절과는 달리, 칼날같이 주름잡은 양복에 잘 다려진 셔츠, 반짝이는 구두, 단정한 머리, 조합원들의 피와 살로 굴러가는 말끔히 세차된 승용차만 달라져 보이게 하는 것이 수장의 역할이 아니다.
물론 수협의 수장으로서 수천 명의 조합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방대한 사업 경영의 관리 등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이 같은 수장의 고민과 노력을 어찌 필자나 조합원들이 모두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마는, 어떻든 이 모두의 기본이 조합원을 위해 비롯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수산업이 우리고장 부안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안발전에 수협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모두의 ‘영향’과 ‘역할’을 나눠 실고 가는 게 조합원들이고 어업인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수협의 수장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