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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친구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8.08.25 18:48 수정 2008.08.25 06:23

↑↑ 조덕연 <부안읍장>
ⓒ 디지털 부안일보
기분 좋은 밤이다. 오늘따라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쌓여 있어 내심으로는 걱정이었는데 하는 일이 순조롭게 처리되니 성취감에서 마음이 뿌듯하다.  행복한 마음이다. 바쁜 일과를 정리하고 나니 시계는 늦은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퇴근길 마음속에 공허감이 밀려온다.  이럴 때에는 친구와 함께 선술집에서 노닥거림이 제격일 듯싶다. 친구를 찾는다, 아니다. 함께할 친구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 친구는 시간이 늦어 불러내서는 안되겠고 저 친구는 거리가 멀어서 어렵겠다. 그 친구라면 어떨까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누르려다 멈춘다, 그 친구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했으니 부담을 주면 안되겠다 싶어서다. 이궁리 저궁리 친구 찾는 궁리에 골몰하나 오늘 함께할 마땅한 친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외로움이 밀려온다. 어제의 일이다. “당신이 어려움을 당했을때 당신주변에서 함께할 사람이 누구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스스럼없이 “친구”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친구가 없으니 나는 지금 씁쓸한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다. 나에겐 오랜 친구가 많다. 어릴때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 어린 학창시절 소꿉놀이하며 뛰어놀던 친구와도 계속 이어져 왔고, 철이 들 무렵 함께 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 농촌이 어려웠던 시절 각지를 순회하며 계몽하고 함께 상록수를 꿈꾸었던 시절의 친구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못 배운 학생들을 위하여 설립한 학교에서 만난 친구, 직장에서 만난 친구, 그리고 살아가면서 뜻을 같이했던 동호인의 친구들 그 많은 친구들이 세월 따라 떠나고 사정 따라 멀어져 가고 있으니 오늘은 외로움을 넘어 슬프다. 하루는 국립공원 관리소장으로부터 전화다 “실장님 오늘 격포 주차장에 서울에서 버스가 다섯 대 왔는데요, 그 버스의 리더가 실장님이 친구라며 그냥 들어갔습니다.” 황당한 얘기다. 매표원과 갖은 실랑이 끝에 소장에 알려졌을 것이다. 소장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니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 친구는 나를 대단한 친구로 본 것이다. 내 이름이면 못할 일이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그 친구 믿음은 고마운 일이지만 공공요금을 밀어붙이니 할말을 잃는다. 소장의 배려로 맥주까지 실어주니 그 친구 힘이 났을 것이다. 마음이 흐뭇하다. 평택에 사는 친구에게서 휴대전화다. 급한 어조다.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 친인척들과 함께 2대의 버스를 타고 새만금 방조제를 통과하는데 검문소에서 보내주지 않는단다. 새만금 방조제가 끝물막이 공사는 끝났지만 공사가 진행중이라서 일반인의 차량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터인데 내가 얘기하면 통과할 수 있을것으로 알고 통과시켜 달라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난감한 얘기다. 한참을 생각 끝에 통과 할 수 없으니 되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을 해주려는 참에 그 친구 다시 전화가 온다. 통과해주어서 고맙단다. 검문소에 근무하는 분의 배려가 내 힘으로 느끼고 간 그 친구 나를 믿어 주어 고맙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일에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 고민을 풀어주는 것은 역시 친구다. 그 친구가 해결해 주어서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고 함께 들어줌으로서 풀려나가는 것이다. 오늘은 함께 노닥거릴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꼈지만 친구를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친구야 우리함께 가자. 먼저 떠났든, 멀리 있든, 우리는 친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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